Day 22.
유튜브 채널. 영상 18개. 총 조회수 — 43.
43. 18개 영상을 합쳐서 43. 영상 하나당 평균 2.4회.
그 중 절반은 진호 자신이 확인하면서 찍은 조회수였다.
홈페이지. 방문자 수 — 7일간 12명. 그 중 자기가 3명.
스마트스토어. 상품 47개. 클릭 수 — 누적 89회. 구매 — 0건.
0.
22일이 지났다. 8일 남았다. 미션 카운트다운 192시간.
매출 0원.
또 위기. 처음에도 위기였다. 22일 후에도 위기. 달라진 게 없었다.
아니 — 달라진 건 있었다. 22일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영상 18개, 소설 5화, 상품 47개가 있었다. 전부 진호가 만든 거였다.
그런데 아무도 안 봤다.
만드는 건 해냈다. 보여주는 건 실패했다.
노트북을 닫았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22일 동안 하루 평균 14시간을 일했다. 삼각김밥과 라면만 먹었다. 고시원 밖에 나간 건 편의점 갈 때뿐이었다.
잔고 31만 원. 월세 35만 원 낼 돈이 없었다. 4만 원이 모자랐다.
다시 인력사무소에 가야 했다. 하루만 나가면 12만 원. 월세는 해결된다.
그런데 — 하루 빠지면 리듬이 깨진다. 22일 동안 쌓은 루틴이. 하루 14시간 작업하는 습관이.
벽돌을 나르던 때가 떠올랐다. 차라리 그때가 확실했다. 일당 12만 원. 하루 일하면 12만 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숫자가 올라갔다. 눈에 보였다.
지금은 22일 동안 일했는데 0원이었다. 숫자가 안 올라갔다.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 가 아니었다. 저장된 번호. 영수.
오영수 반장.
받았다.
첫마디가 그거였다. 살아 있냐고.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AI로 음악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홈페이지 만들고, 스마트스토어에 상품 47개 등록했다고? 조회수 43이고 매출 0원이라고?
미친놈 소리 들을 게 뻔했다.
3초간 침묵.
진호가 웃었다. 소리 없이. 영수가 맞았다. 라면만 먹은 목소리.
하루만. 12만 원. 월세 4만 원 모자란 거 해결.
전화가 끊겼다.
진호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천장을 봤다.
내일 다시 삽을 잡는다. 하루만. 월세 때문에.
22일 동안 키보드를 잡았는데, 다시 삽을 잡아야 한다. 한 발짝 전진하고 반 발짝 후퇴하는 느낌이었다.
아니 — 반 발짝이 아니었다. 하루뿐이었다. 하루 삽을 잡고, 다음 날 다시 키보드를 잡으면 됐다.
영수가 전화한 건 — 걱정이었다. 한 달 동안 안 나타나니까. 밥은 먹냐고. 살아 있냐고.
4개월 전 공사장에서 미역국을 줬던 사람이었다. '여기 오래 있을 사람은 아닌 거 같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아직 진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다. AI 말고.
눈을 감았다. 내일 5시 40분.
Day 23. 강서 현장.
한 달 만에 삽을 잡았다. 손에 굳은살이 조금 빠져 있었다. 물집이 다시 잡혔다. 왼손 엄지.
벽돌을 날랐다. 네 장씩. 영수가 가르쳐준 대로. 계단을 올랐다. 내려왔다. 올랐다.
점심에 영수가 옆에 앉았다. 보온병을 내밀었다.
진호가 받았다. 따뜻했다. 된장 냄새가 났다.
진호는 된장찌개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영수가 진호를 봤다. 3초.
영수가 된장찌개를 홀짝였다. 뭔가 말하려다 멈추고. 다시 홀짝이고. 결국 말했다.
진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영수가 보온병 뚜껑을 닫으며 일어섰다.
돌아보지 않고 갔다. 영수는 항상 그랬다. 할 말만 하고 돌아보지 않았다.
진호는 된장찌개를 끝까지 마셨다. 따뜻했다.
0원이어도 괜찮다고 했다. 눈이 다르다고 했다.
오후에 벽돌을 더 날랐다. 일당 12만 원을 받았다. 잔고 43만 원. 월세 해결.
고시원에 돌아왔다. 샤워하고. 라면을 — 안 끓였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샀다. 4,500원. 된장찌개가 들어있는 거.
먹으면서 노트북을 열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센터.
알림이 하나 떠 있었다.
알림. 빨간 점. 숫자 1.
진호의 손이 멈췄다. 도시락 젓가락을 든 채.
22일 동안 한 번도 뜬 적 없는 알림이었다.
클릭했다.
'새로운 주문이 접수되었습니다.'
주문.
진호는 화면을 봤다. 두 번 봤다. 세 번 봤다.
주문 상세.
상품: LED 콘센트 커버 (화이트). 수량: 1개. 결제 금액: 15,900원.
15,900원.
마진 약 6,000원.
6,000원이었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됐다. 서초동에서는 명함도 안 꺼내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진호의 손이 떨렸다. 젓가락이 떨렸다. 도시락 위에 국물이 떨어졌다.
6,000원.
누군가가 — 진호가 만든 페이지를 보고, 진호가 등록한 상품을 클릭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름만 보였다. 주소만 보였다. 어딘가에 사는 누군가가 진호의 상품을 골랐다.
AI가 만든 상세 페이지를. 진호가 검토하고 등록한 상품을.
팔렸다.
단말기를 봤다. 화면이 바뀌어 있었다.
첫 수익.
진호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글자가 흐려졌다. 아니, 눈이 흐려진 거였다.
울면 안 됐다. 6,000원에 울면 진짜 —
참을 수 없었다.
소리 없이 울었다. 고시원 2평짜리 방에서. 도시락 젓가락을 든 채. 노트북 앞에서.
200억짜리 회사를 경영한 사람이 6,000원에 울고 있었다. 미친 거였다. 6,000원이다. 아무것도 아닌 돈이다.
아무것도 아닌 돈인데 — 무게가 달랐다. 이건 진호가 만든 돈이었다. AI와 함께, 고시원에서, 노트북 하나로 만든 돈.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을 돈. 서류 한 장으로 얼릴 수 없는 돈.
진호의 것이었다.
바닥에서 만든 첫 번째 6,000원.
단말기 화면이 바뀌었다.
Lv.1.
게임이었다. 아직도 이게 게임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됐다. 레벨이 올라가고, 모듈이 해금되고, 미션이 할당된다. 게임이었다.
그런데 통장에 찍힌 15,900원은 현실이었다. 도매처에 발주를 넣어야 하는 것도 현실이었다. 내일 고객에게 배송이 나가는 것도.
게임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게임.
진호는 단말기를 내려놓았다. 노트북 화면을 봤다. 주문 1건.
도매처에 발주를 넣었다. 고객 주소를 복사해서 배송지에 입력했다. 결제.
내일 출고. 모레 도착.
진호가 한 건 — 주문을 확인하고, 발주를 넣은 것뿐이었다. 3분.
상품을 만들지 않았다. 포장하지 않았다. 배송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다.
진호가 벽돌을 나르는 동안에도 — 시스템은 멈추지 않았다. 47개의 상품이 네이버에 떠 있었고, 누군가가 검색하고, 클릭하고, 결제했다.
이게 자동화였다.
창밖을 봤다. 어두웠다. 고시원 창문. 가로등 하나. 골목.
같은 풍경이었다. 5개월 전 이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그런데 — 달랐다. 분명히 달랐다.
5개월 전에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지금도 없다.
하지만 — 갈 곳이 생기고 있었다.
지우가 떠올랐다. 작은 손. '아빠, 나 데리러 올 거지?'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 목소리가 나왔다.
아무도 없는 고시원 방에서. 혼자. 소리 내어.
단말기가 깜빡거렸다. 파란 빛.
맞았다.
6,000원은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