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5.
월 매출이 250만 원을 넘었다. 순이익 약 95만 원.
고시원비 35만 원. 생활비 30만 원. 서버 비용 6,500원. 남는 돈 약 29만 원.
29만 원. 크지 않았다. 하지만 — 3개월치를 모으면 87만 원. 원룸 보증금이 됐다.
기다릴 수 없었다. 3개월은 너무 길었다.
단말기에 물었다.
리스크. 또 리스크였다. 천만 원 보낼 때도, 인력사무소 안 가고 노트북 열 때도.
그런데 — 매번 리스크를 감수할 때마다 올라갔다. 한 번도 내려간 적 없었다. 바닥에서는 리스크가 리스크가 아니었다.
원룸. 6평. 고시원의 3배.
창문이 컸다. 열렸다. 바람이 들어왔다.
고시원 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6개월 동안 바깥 공기를 방에서 맡은 적이 없었다.
바람이 들어왔다. 4월 바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 진호가 고시원에 있는 동안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캐리어를 열었다. 옷 다섯 벌. 세면도구. 충전기. 노트북. 단말기. 지우가 유치원 때 그린 그림.
그림을 꺼냈다. 접혀 있었다. 펴봤다. 접힌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 그림은 살아 있었다. 크레파스로 그린 집. 지붕이 빨갛고 문이 노란 집. 옆에 사람 세 명. 아빠, 엄마, 나.
벽에 붙일 테이프가 없었다. 냉장고 — 없었다. 원룸에 냉장고는 나중에 사야 했다.
노트북 뒤에 세워놨다. 일할 때마다 보이는 자리.
진호는 빈 방 가운데 서서 둘러봤다. 6평. 아무것도 없었다. 침대도 없었다. 오늘은 바닥에서 자야 했다.
그런데 — 웃음이 났다.
서초동 12층에서 2.4미터 아파트로. 아파트에서 2미터 고시원으로. 고시원에서 — 여기로.
천장을 봤다. 하얬다. 물때가 없었다. 2.3미터쯤 될까. 고시원보다 30센티 높았다.
30센티. 그게 6개월의 거리였다.
작았다. 그런데 — 올라가고 있었다.
Day 90.
수진에게 연락했다. "지우를 만나고 싶어. 주말에 가능해?"
수진이 1시간 뒤에 답했다. "토요일 2시. 지우가 좋아하는 카페. 주소 보낼게."
토요일. 진호는 1시에 도착했다. 1시간 일찍. 창가 자리에 앉았다. 지우가 좋아하는 음료를 미리 시켰다. 초코 프라페. 작년 생일에 같이 마신 거.
1시 30분. 1시 45분. 2시.
문이 열렸다.
지우가 들어왔다.
커졌다. 3개월 만인데 — 키가 컸다. 2센티? 3센티?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컸다. 교복이 안 컸다. 3개월 전에 어깨가 처져 있던 교복이 맞았다.
수진이 뒤에 있었다. 카페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문자가 왔다.
지우가 진호를 봤다. 3초.
목소리가 나왔다. 떨리지 않았다. 가정법원 때와 달랐다.
지우가 앞에 앉았다. 초코 프라페를 봤다.
지우가 빨대를 꽂았다. 한 모금 마셨다. 진호를 봤다.
진호가 웃었다. 살이 쪘다. 맞았다. 고시원에서 삼각김밥만 먹다가, 원룸 이사 후 밥을 먹기 시작했다. 2주 만에 2킬로가 붙었다.
걱정했다고. 열두 살이 아빠를.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반짝거렸다. 궁금했던 거였다. 전화할 때 '컴퓨터로 하는 일'이라고만 했으니까.
진호가 웃었다. 열두 살도 알고 있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지우의 눈이 커졌다. 열두 살에게 3만 명은 큰 숫자였다. 학교 전체가 500명이니까 60배.
핸드폰을 꺼냈다. 유튜브 앱. 채널을 열었다. 이어폰 한쪽을 지우에게 건넸다.
재생. '새벽 2시, 아무도 없는 방에서.'
피아노가 나왔다. 지우가 고개를 기울였다. 듣고 있었다. 진지하게.
보컬이 나왔다. 가사가.
'바닥에 선 아침, 차가운 벽을 등지고 / 잃어버린 이름 위에 새로운 길을 놓는다'
지우가 진호를 봤다. 뭔가 느낀 것 같았다. 열두 살은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 느낀다. 아빠가 이 노래에 뭔가를 담았다는 걸.
두 글자. '좋다.'
구독자 287명보다. 조회수 31,200보다. 댓글 28개보다.
지우의 '좋다' 한 마디가 무거웠다.
진호의 눈이 뜨거워졌다. 참았다. 카페에서 울면 안 됐다. 딸 앞에서.
지우가 초코 프라페를 내려놓았다. 진호를 봤다. 3초.
웃었다. 가정법원 때의 웃음과 달랐다. 안심하려는 웃음이 아니라 — 안심한 웃음이었다.
기다릴게. 확신이 있는 목소리.
진호는 초코 프라페를 한 모금 마셨다. 달았다.
카페 창밖으로 봄 햇살이 비쳤다. 따뜻했다.
6개월 만에 처음으로 —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