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27-28화
다크앰비언트
EPISODE 27
제27화
원룸. 아침. 노트북 화면에 스마트스토어 공지사항이 떠 있다. 빨간 경고 아이콘.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Day 112.

아침에 노트북을 열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센터.

공지사항에 빨간 배너. '상품 등록 정책 변경 안내.'

읽었다.

동일·유사 상품 대량 등록에 대한 제재 강화. 상세 페이지 유사도가 높은 상품에 대해 일괄 비노출 처리.

진호의 손이 멈췄다.

상세 페이지 유사도. AI가 자동으로 만든 페이지들이었다. 같은 템플릿 기반이었다. 구조가 비슷했다. 텍스트만 달랐다.

판매자 센터를 확인했다. 상품 195개 중 — 72개가 '비노출' 상태로 바뀌어 있었다.

박진호
"72개?"
◈ AI TEAM LEADER 긴급 알림. 스마트스토어 정책 변경으로 72개 상품이 비노출 처리되었습니다. 영향: ▶ 일 평균 주문: 7건 → 예상 3건 ▶ 월 매출 예상: 340만 → 165만 목표 대비: 33%

165만 원. 500만 원 목표의 33%.

하루아침에 반 토막.

진호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천장을 봤다. 원룸 천장. 하얀 천장.

또 벽이었다. 제3부에서도 매출이 멈췄다. 그때는 경쟁자 때문이었다. 이번엔 — 플랫폼 자체가 바뀌었다.

경쟁자는 이길 수 있었다. 번들 전략으로 이겼다. 하지만 플랫폼은 — 이길 수 없었다. 규칙을 만드는 쪽이니까.

남의 플랫폼에서 장사하는 한계. 규칙이 바뀌면 한 방에 무너진다.

글로벌트레이드에서도 같은 걸 겪었다. 중국 관세 정책이 바뀌면 마진이 사라졌다. 수출 규정이 바뀌면 물건이 묶였다. 남의 규칙 위에서 사업하는 리스크.

박진호
"이건 복구가 되나."
◈ AI TEAM LEADER 비노출된 72개 상품 중 페이지 유사도를 낮추면 복구 가능한 것: 약 30개. 나머지 42개는 근본적으로 구조가 동일하여 복구 불가능합니다. CEO, 이 상황에서의 선택지: 1. 30개 복구 + 신규 등록 (수성 전략) 2. 스마트스토어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수익원을 강화 (분산 전략) 3. BizSpread 시스템 자체를 다른 판매자에게 판매 (B2B 전환)

진호의 눈이 3번에서 멈췄다.

BizSpread 시스템을 다른 판매자에게 판매.

지금까지 AI로 만든 자동화 시스템 — 경쟁자 분석, 상세 페이지 자동 생성, 키워드 최적화. 진호가 자기 가게를 위해 만든 도구.

이걸 — 다른 사람에게 파는 거?

머릿속에서 뭔가가 클릭됐다. 사업가의 뇌가 돌았다.

자기가 물건을 파는 게 B2C. 물건 파는 도구를 파는 게 B2B.

골드러시에서 금을 캐는 사람보다, 곡괭이를 파는 사람이 돈을 벌었다.

박진호
"3번. B2B."

방향을 바꿨다. CEO가 방향을 정하면 AI가 실행한다. 이번에는 — 방향 자체가 바뀌는 거였다.

삽을 잡던 사람이 키보드를 잡았다. 물건을 팔던 사람이 도구를 판다. 피벗.

벽에 부딪히면 벽을 넘는 게 아니라 — 옆으로 돌아간다. 15년 동안 배운 거였다.

EPISODE 28
제28화
원룸. 밤. 노트북 두 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한 대에는 코드, 한 대에는 카카오톡 채팅방. 남자가 타이핑하고 있다. 영수가 옆에 앉아 택배 상자를 정리하고 있다.

Day 115.

3일 만에 만들었다.

BizSpread 서비스 페이지. 홈페이지에 새 섹션을 추가했다.

'스마트스토어 상세 페이지 자동 생성 서비스. 사진만 보내면 AI가 만들어 드립니다.'

가격: 건당 30,000원. 경쟁자 분석 포함. 키워드 최적화 포함. 수정 1회 무료.

30,000원. 디자이너 외주비 30만 원의 10분의 1. 품질은 비슷하거나 더 낫다. AI가 데이터 기반으로 만드니까.

박진호
"이걸 어디서 알리지."
◈ AI TEAM LEADER CEO의 기존 자산을 활용합니다. ▶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카카오 오픈채팅방) ▶ 유튜브 채널에 사용법 영상 업로드 ▶ 홈페이지 SEO 최적화 첫 5건을 무료로 제공하십시오.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첫 5건 무료. 손해 같지만 — 15년 전에도 같은 전략을 썼다. 첫 거래처에 샘플을 무료로 보냈다. 품질을 보여주는 게 먼저. 가격은 나중.

판매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스마트스토어 상세 페이지 무료로 만들어 드립니다. 선착순 5명.'

3시간 만에 5명이 찼다. 8명이 더 대기 중이었다.

진호가 놀란 건 속도가 아니었다. 수요였다. 사람들이 상세 페이지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디자이너에게 30만 원 주기는 부담스럽고, 직접 만들기는 어렵고. 그 사이에 AI가 3만 원에 만들어준다면 — 안 쓸 이유가 없었다.

5건을 하루 만에 완성했다. AI가 분석하고, 진호가 검토하고, 수정하고, 전달. 건당 소요 시간 20분.

반응이 왔다. '이걸 이 가격에요?' '퀄리티 미쳤다.' '10개 더 맡겨도 돼요?'

진호는 메시지를 읽었다. 하나씩.

물건을 팔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물건은 물건일 뿐이다. LED 콘센트 커버를 사는 사람은 커버가 필요한 거지 진호가 필요한 게 아니다.

서비스는 달랐다. '이걸 만들어준 사람'이 중요했다. 다음에도 맡기고 싶은 사람. 실력이 있는 사람. 진호의 능력이 가치가 됐다.

영업력 76. 그게 진짜 발휘되기 시작한 거였다.

* * *

그 주에 유료 주문이 들어왔다. 13건. 건당 30,000원.

390,000원. 일주일.

스마트스토어 매출이 줄었지만 — BizSpread 서비스가 채우기 시작했다.

◈ AI TEAM LEADER Day 115 매출 현황 (월간 추정): ▶ 스마트스토어: 1,650,000원 ▶ BizSpread 서비스: 1,560,000원 (월 52건 × 30,000원 추정) ▶ 유튜브: 87,000원 합계: 3,297,000원 목표 대비: 65.9% BizSpread의 성장률이 유지되면 Day 120~125 사이 달성 예상.

330만 원. 스마트스토어가 줄었지만 BizSpread가 올라오고 있었다.

두 다리로 서는 것. 한 다리가 흔들리면 다른 다리가 버틴다.

영수가 옆에서 택배 상자를 접고 있었다. 스마트스토어 주문 발송. 영수의 일이었다.

오영수
"사장님."

영수가 진호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어색했다. 현장에서는 '야'였는데.

박진호
"사장님이라고 하지 마. 그냥 진호라고 해."
오영수
"그러면 안 되지. 월급 받는 사람이."
박진호
"그냥 진호라고 해. 부탁이야."

영수가 진호를 봤다. 3초.

오영수
"...알았어. 진호야."

두 번째로 이름을 불렀다. 진호야.

진호가 웃었다. 영수도 웃었다.

원룸에 두 사람이 앉아서, 한 명은 노트북을 치고, 한 명은 택배를 싸고 있었다. 6평짜리 사무실. 직원 1명. 월 매출 330만 원.

서초동 12층과는 비교도 안 됐다. 하지만 — 시작은 항상 이런 거였다. 구로디지털단지 반지하에서도 이랬다.

다른 건 하나. 이번에는 — 옆에 있는 사람을 더 잘 골랐다.

제28화 끝

제29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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