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저녁. 진호가 전화기를 들고 있다. 표정이 차갑다. 단말기 화면에 재무 데이터.
9월 셋째 주.
멀티 라우팅 적용 후 고객 반응이 달라졌다. 응답 속도 0.7초. 기존 대비 3배.
이탈 0건. 오히려 — 입소문으로 문의가 3건 들어왔다.
소문은 여전히 돌고 있었다. 하지만 숫자가 소문을 이기고 있었다.
태식이 말한 대로였다.
그런데 —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 * *
화요일 오전. 태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태식
"미팅은 잘 됐어. 근데 나올 때 넥스트원 이 부장이 따로 나를 잡더라."
강태식
"최승재가 넥스트원 대표한테 직접 전화했대. 미팅 전날에."
진호의 눈이 좁아졌다.
강태식
"'SEAN이랑 거래하면 후회한다. 내가 업계에서 25년인데, 박진호는 사기꾼이다.' 이런 식으로."
강태식
"응. 소문 돌리는 수준이 아니야. 영업 방해야. 이건."
진호는 전화를 끊었다.
의자에 앉아서 천장을 봤다. 3초.
일어났다.
◈ AI TEAM LEADER
네, CEO.
◈ AI TEAM LEADER
'최승재 재무 분석' 폴더를 엽니다.
접근 권한: CEO Only. 확인.
▶ 포괄위임장 날짜 조작 (디지털 포렌식 결과)
▶ 2024 3Q-4Q 분식회계 정황 (공시 vs 실제 괴리 41억)
▶ 내부 제보 가능 인물: 김과장 (재무팀)
진호는 전화기를 들었다.
최승재 번호를 눌렀다. 모르는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팀장이 추적한 번호였다.
3번 울렸다. 받았다.
0.5초 침묵.
최승재
"아, 진호 씨~ 번호가 바뀌었네. 어쩐 일이야."
능글맞은 톤. 하지만 — 0.5초의 침묵이 있었다. 예상 못 한 전화였다.
박진호
"소문 돌리는 건 참았어. 근데 거래처에 직접 전화해서 영업 방해하는 건 — 그건 좀 다른 얘기야."
승재의 톤이 바뀌었다. 능글맞음이 사라졌다.
진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태식처럼. 화가 날수록 목소리가 낮아지는 걸 — 태식에게 배웠다.
박진호
"글로벌트레이드 2024년 3분기 매출. 공시는 48억이야."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박진호
"4분기. 공시 52억. 실제 28억. 2개 분기 합쳐서 41억 차이. 분식회계야."
숨소리가 들렸다. 승재의 숨소리.
박진호
"포괄위임장 날짜 조작 건도 있어. 디지털 포렌식으로."
박진호
"승재야. 나는 쓰고 싶지 않아. 이거."
진호가 잠깐 멈췄다.
박진호
"근데 한 번 더 우리 거래처 건드리면 — 금감원에 제출한다."
박진호
"외부감사법 20조. 최대 징역 10년이야. 형."
'형'이라고 불렀다. 마지막에. 의도적이었다. 옛날처럼. 같이 일하던 시절처럼.
그게 더 무서웠을 거였다.
전화가 끊겼다. 승재가 먼저 끊었다.
* * *
진호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다. 통화 시간 2분 38초. 짧았다.
단말기 화면이 켜져 있었다.
◈ AI TEAM LEADER
CEO. 통화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법적 효력 분석:
▶ 구두 경고: 법적 구속력 없음
▶ 하지만 분식회계 정황 자료의 존재 자체가 억제력
▶ 최승재가 합리적 판단을 한다면 — 활동을 중단할 확률 78%
◈ AI TEAM LEADER
나머지 22%는 비합리적 보복입니다.
모니터링을 유지하겠습니다.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22%. 그 가능성은 남겨둬야 했다.
태식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 최승재한테 전화했어요.'
5초 뒤 답장.
'미친놈. 혼자 왜 해.'
10초 뒤 또.
'잘했다.'
진호가 웃었다.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창밖을 봤다. 9월 저녁. 해가 빨리 졌다.
끝은 아니었다. 하지만 — 한 발은 쐈다.
사무실. 아침. 진호와 태식이 나란히 서서 모니터를 본다. 화면에 매출 그래프가 우상향.
10월.
최승재의 전화가 멈췄다. 단톡방 캡처도 사라졌다. 새로운 악소문은 없었다.
78%의 확률이 맞았다.
그 사이 — SEAN은 달렸다.
* * *
넥스트원 계약 성사. 월 300만 원. 태식이 따낸 3번째 외부 공급 계약.
BizSpread 구독이 110곳을 넘었다. 멀티 라우팅 적용 후 '속도가 빨라졌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이번엔 좋은 소문이었다.
월 매출 집계일.
┌─────────────────────────────────────┐
│ ◈ STATUS UPDATE │
│─────────────────────────────────────│
│ SEAN AI 연구소 10월 실적 │
│ │
│ BizSpread 구독: 112곳 (+10) │
│ 외부 AI 공급: 3건 │
│ 월 매출: 5,200만 원 │
│ 전월 대비: +86% │
│ │
│ CEO Level: Lv.4 │
│ 칭호: 성장형 CEO │
└─────────────────────────────────────┘
강태식
"야. 9개월 전에 만 이천 원이었다며."
태식이 커피를 들었다. 진호도 들었다.
같은 말. 대한익스프레스 계약 때도 했던. 둘의 암호 같은 대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오후. 민준이 뛰어 들어왔다.
정민준
"대표님! 정부 AI 바우처 사업 공고 나왔어요!"
중소기업 AI 도입 바우처. 정부가 비용의 70%를 지원하는 사업. SEAN이 공급기업으로 선정되면 — 고객이 한꺼번에 늘어난다.
◈ AI TEAM LEADER
AI 바우처 사업 분석:
▶ 주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 공급기업 자격: AI 솔루션 보유 법인
▶ 지원 규모: 기업당 최대 3억 원 (정부 70% + 기업 30%)
▶ 선정 시 효과: 수요기업 매칭 → 대량 고객 유입
SEAN AI 연구소 자격 충족 여부:
▶ AI 솔루션: BizSpread ✓
▶ 법인: ✗ (현재 개인사업자)
CEO. 법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한 단계 올라가야 했다.
강태식
"예전에 강연 다닐 때 만났어. 회계법인 출신. 재무 전문가야. 창업 지원도 해봤고."
태식이 전화기를 들었다. 30년 인맥이 또 작동했다.
강태식
"서연아. 나야 태식이. 사업하는 거 알지? 법인 전환 좀 해야 하는데 — 한번 만나자."
5분 통화. 내일 미팅 확정.
* * *
저녁. 사무실을 정리하는데 단말기가 울렸다.
┌─────────────────────────────────────┐
│ ◈ VILLAIN QUEST — CLEAR │
│─────────────────────────────────────│
│ │
│ [빌런1] 최승재 │
│ 상태: 무력화 │
│ │
│ 대응 방식: │
│ ▸ 실적 기반 방어 (태식 COO) │
│ ▸ 재무 카드 경고 (CEO 직접) │
│ ▸ 시스템 강화 (멀티 라우팅) │
│ │
│ 결과: 고객 이탈 0 / 신규 +13 │
│ │
│ 보상: CEO 경험치 +500 │
│ 칭호 변경: 견습 CEO → 성장형 CEO │
│ │
│ ◈ QUEST COMPLETE │
└─────────────────────────────────────┘
진호는 화면을 봤다. '빌런 퀘스트 클리어.'
게임 같았다. 게임이 아닌데.
◈ AI TEAM LEADER
네, CEO.
◈ AI TEAM LEADER
맞습니다.
현재 상태는 '활동 중단'이지 '제거'가 아닙니다.
재무 자료는 보관 중입니다.
필요 시 언제든 사용 가능합니다.
◈ AI TEAM LEADER
법인 전환 → AI 바우처 사업 신청
→ 대규모 고객 확보 → 스마트팜 진출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CEO.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단계.
최승재는 일단 끝났다. 하지만 — '일단'이었다. 그 사실을 진호는 아직 몰랐다.
지금은 — 앞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10월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제36화 끝
제37화에 계속